
고등어를 집에서 구우면 연기와 기름 때문에 꺼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딸아이가 고등어구이를 워낙 좋아하는데, 한 번 굽고 나면 온 집 안에 냄새가 배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방법을 바꾸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연기와 기름 튀는 이유, 물기 제거 하면 OK
고등어를 구울 때 기름이 사방으로 튀고 연기가 자욱해지는 주된 원인은 생선 표면의 수분입니다. 수분이 뜨거운 기름과 만나면서 급격히 기화(氣化)되는데, 여기서 기화란 액체 상태의 물이 열에 의해 수증기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름 방울이 사방으로 튀어오르고 연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키친타올로 생선 앞뒤를 꾹꾹 눌러가며 물기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타올이 금세 축축해질 만큼 수분이 나오는 걸 보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생선이 촉촉해 보여서 별생각 없이 팬에 올렸던 게 문제였던 거죠.
불 세기도 중요합니다.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식재료 표면에 열을 가했을 때 단백질과 당이 반응하여 갈변되면서 풍미가 생기는 현상입니다. 흔히 고기나 생선의 '겉바속촉'이 바로 이 반응 덕분입니다. 그런데 불이 너무 세면 이 반응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는 결과가 나옵니다. 인덕션 기준 10단계 중 3 정도의 약불, 가스 불이라면 가장 약한 불꽃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구워 보니 약불에서는 기름이 거의 튀지 않았습니다. 센불로 급하게 구우려다 기름을 뒤집어쓴 경험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껍질 먼저, 약불에 천천히 굽기
껍질 쪽을 먼저 굽는 이유를 모르는 분들도 있고, 알면서도 살 쪽부터 굽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사실 그게 그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차이가 있었습니다. 살 쪽을 먼저 가열하면 생선 내부에 남아 있던 수분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기름 튀김이 심해지고, 수분 손실로 인해 육질이 퍽퍽해집니다. 껍질 쪽에는 피하지방층이 있어서 먼저 구우면 이 지방이 서서히 녹으면서 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굽는 시간은 껍질 쪽 15분, 뒤집어서 살 쪽 5분으로 총 20분입니다. 성격이 급한 분이라면 중간에 자꾸 들여다보거나 뒤집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데,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계속 뒤집으면 생선살이 부서져서 마치 참치 캔 속살처럼 되어버립니다. 타이머 맞추고 다른 일을 하다 오는 게 훨씬 낫습니다.
고등어 구이를 잘 굽기 위해 체크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표면 수분 제거: 구이 전 키친타올로 앞뒤를 꾹꾹 눌러 물기를 최대한 없앤다
- 약불 유지: 인덕션 10단계 기준 3단, 가스 불은 최약불로 고정한다
- 껍질 먼저 굽기: 껍질 쪽 15분, 살 쪽 5분, 중간에 여러 번 뒤집지 않는다
- 뚜껑 금지: 수증기가 갇히면 기름 폭발로 이어지므로 덮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 팬 코팅 상태 확인: 코팅이 벗겨진 팬은 열이 고르게 퍼지지 않아 이 방법을 써도 효과가 떨어진다
냉동 생선도 소금물 해동이면 식감이 살아납니다
냉동 생선을 그냥 꺼내서 구우면 퍽퍽해지기 쉽다는 걸 경험상 잘 압니다. 간고등어가 너무 짜서 먹기 곤란했던 적도 있고, 냉동했다가 꺼낸 생선이 식감이 거칠어서 아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 삼투압(Osmotic Pressure)을 활용한 소금물 해동법이 효과적입니다. 삼투압이란 농도 차이에 의해 물이 이동하는 현상으로, 적절한 농도의 소금물에 냉동 생선을 담그면 생선 세포 안팎의 수분 균형이 유지되어 해동 후에도 육질이 부드럽게 살아납니다.
방법은 물 500cc에 소금 1스푼과 미림 100cc를 넣어 소금을 녹인 뒤, 냉동 생선을 한 면당 15분씩 총 30분 담가두는 것입니다. 미림에는 글루탐산 등 아미노산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잡내 제거와 감칠맛 보완에 도움을 줍니다. 해동 후에는 키친타올로 물기를 충분히 제거하고 앞서 소개한 방법 그대로 구우면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선류 해동 시 상온 방치보다 냉장 해동이나 흐르는 물 해동이 세균 증식 억제에 유리하며, 한 번 해동한 냉동 생선은 재냉동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금물 해동도 낮은 온도에서 진행할수록 위생적으로 안전합니다.
또한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고등어는 DHA, 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으로, 성인 기준 주 2회 이상 섭취를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여기서 DHA(Docosahexaenoic Acid)와 EPA(Eicosapentaenoic Acid)란 인체에서 자체 합성이 어려운 불포화지방산으로, 심혈관 건강과 뇌 기능 유지에 도움을 주는 영양 성분입니다. 집에서 맛있게 굽는 방법을 알고 나니 이 권장 섭취 횟수를 채우는 게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아이가 고등어구이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냄새 때문에 자꾸 미뤄온 게 솔직히 미안할 정도입니다. 이 방법대로 구워서 식탁에 올렸더니 노릇하게 구워진 겉면에 젓가락이 먼저 갔고, 따뜻한 밥 위에 한 점 올려 먹는 맛이 정말 밥도둑이었습니다. 고등어뿐 아니라 삼치나 갈치처럼 껍질 있는 다른 생선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고등어를 포함한 등푸른 생선의 영양소와 올바른 섭취법도 정리해서 올려볼 예정입니다.